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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김욱 저, 서교책방

by WriterVang 2025. 11. 14.

일흔이 되어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고 닥치는 대로 번역해 200여 권의 번역 작품을 남기고 소설가라는 꿈을 실현해나가는 작가의 인생 여정은 잔잔한 가르침을 주는 듯 하면서도 가슴 한 켠에서 애틋함과 안쓰러움이라는 미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판 두두릴 힘만 남아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번역이라지만, 전 재산을 날리고 일흔이라는 나이에 생존하기 위해 20년을 닥치는 대로 번역한 작가의 고군분투가 잔잔한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감히 상상이 안 된다.

편안히 노년을 보내야 할 칠십의 나이에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 사기로 잃고 살기 위해 펜을 잡고 글쓰기를 시작하고 스스로 출판사 문을 두드려 번역 일을 찾아 20년 동안 200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하는 동시에 다수의 책을 쓴 김욱 선생님의 생존 분투기를 간접 경험하면서 수업 시간에 호되게 혼나듯 인생 수업을 제대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 4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은 절망에 빠진 삶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나오려 할수록 빠져가는 깊은 늪과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불안과 트라우마는 일상을 옥죄어 우울과 절망감에 빠지게 해 결국 스스로 삶을 놓게 만든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의 정점에 섰거나 늘 행복했던 사람에게도 느닷없이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이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사람이 생각지 못한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고 180도 바뀐 인생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우리는 수도 없이 접한다. 모든 것을 상실했을 때의 고통은 주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만한 절망의 순간에 선생님에게 문학과 철학이 ‘지푸라기 하나’가 된 것 같다. ‘인생은 그 자체로 비극’이라는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이 선생님의 삶에 하나의 동기가 되어 20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게 했고 현재 아흔의 연세에도 인생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글쓰기를 활발히 하도록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삶의 벼랑 끝에서 출판사 문을 두들겨 가며 스스로 ‘살 길’을 찾아 20년 동안 200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는 것은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삶을 버텼다는 의미이다. 그걸 알기에 숙연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인생 후배들에게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알려주고 문학과 철학의 본질을 깨우쳐 준 선생님에게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현재 절망에 빠져 있거나 인생의 위기에 앞이 보이지 않고 불안 속에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에게 밑져야 본전이니 김욱 선생님의 인생 수업에 한번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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